자부심에 금이 가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에너지부의 수석 기술 연구원 멜리사 한나입니다. 10년간 MIT에서 전기 화학과 에너지 시스템을 전공했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연구해 왔습니다. 미국 최고의 기술력을 자부하며 살아왔지만, 지난달 한국의 배터리와 방산 기술 평가 임무는 제 믿음에 균열을 냈습니다. 하버드대 앨런 스미스 교수의 보고서는 한국이 이미 신산업 강국으로 부상했음을 시사했고, 워싱턴 DC에서 재상관은 제게 냉정한 분석을 요구했습니다. 한국이 정말 우리를 앞서가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회의적이었습니다. 한국의 반도체 성공은 운이라고 생각했고, 첨단 기술에서 미국을 앞설 리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며, 기술적 우월성은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한국 배터리 산업 보고서들은 과장되어 보였습니다. 그저 형식적인 출장으로, 결국 미국의 기술 우위를 확인하는 보고서를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한 순간, 미래 도시 같은 풍경에 놀랐습니다.
충격적인 현실과의 조우
서울로 돌아오는 길, 화성에서 목격한 거대한 배터리 생산 시설과 자동화 시스템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막대한 연구 개발 투자와 특허 출원 건수는 미국의 현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시장 점유율 데이터는 이미 한국이 배터리 시장을 압도하고 있으며,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다음 날 방문한 한국 에너지 기술 연구소에서 만난 박수진 연구원은 카이스트와 스탠포드 출신의 뛰어난 인재였습니다. 그녀의 연구실은 수많은 특허로 가득했고, 책상 위에는 제가 참여했던 프로젝트 보고서까지 있었습니다. 박 연구원은 이미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었고, 그 성능은 제가 연구하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에너지 밀도, 충전 속도, 수명 등 모든 면에서 혁신적인 기술력에 저는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원 부족이라는 한계 속에서 기술 혁신을 통해 생존을 모색해 온 한국의 절박함이 놀라운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울산의 배터리 공급 센터와 ESS 실증 단지를 방문하며 한국의 배터리 기술이 자동차 산업과 에너지 시스템에 미치는 거대한 영향력을 실감했습니다. 이미 미국 전기차 시장의 상당 부분을 한국 배터리가 점유하고 있었고, 대규모 ESS 구축은 미국의 초기 단계를 훨씬 앞서 있었습니다. NASA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배터리 기술이 우주 탐사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새로운 협력의 시대
다음 날 일정의 첫 번째는 한국의 배터리 산업이 자동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었습니다. 전날 밤, 충격적인 현실에 대한 생각 때문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직접 보고 경험한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면, 미국 에너지 산업의 미래는 한국 기업들에게 상당 부분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미국인으로서 받아들이기가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한석희 연구원님은 오늘의 자세한 일정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오늘은 울산에 위치한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센터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실증 단지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미국에서도 ESS 도입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텍사스 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한석희 연구원님은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은 이미 5년 전부터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규모 ESS 구축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과 맞물려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