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속에서 피어난 따뜻한 기억
제 이름은 안나(Anna)입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나 자란 저는 현재 식품 수입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입니다. 추운 겨울과 어릴 적부터 익숙한 눈보라 속에서도, 저는 늘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해 왔습니다. 제 일은 각국의 식품을 들여와 현지 시장에 소개하는 것이고, 덕분에 저는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 문화를 일상처럼 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겨울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혹독합니다. 기온은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고, 땅은 1년 중 절반 이상이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죠. 그런 혹한 속에서 사람들은 따뜻한 음료로 몸을 녹이고 마음을 달래곤 합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저는 우연히 아주 특별한 ‘하얀 가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국에서 온 프리마(Prima)였습니다. 처음엔 그냥 커피에 넣는 크리머겠거니 했지만, 그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는 차갑고 건조한 러시아의 아침을 따스하게 감싸주었습니다. 프리마를 코코아에 타서 마시는 순간, 저는 알 수 없는 향수와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단지 외국에서 온 식품이 아니라, 삶의 위로이자 따뜻한 기억이 되어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그리고 그들이 만든 이 작은 분말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잊혀진 제품의 기적 같은 부활
프리마는 어느덧 제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지방 도시에 사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는 더욱 필수적인 생활품이었습니다. 저는 사업차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를 방문하곤 하는데, 그곳에서도 프리마는 늘 인기 제품이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홍차에,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전통 요리에까지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죠. 이 작은 하얀 가루가 한국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저는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프리마는 원래 한국에서 개발된 식물성 크리머로, 한때는 자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으나 시간이 지나며 점점 구식 취급을 받아 자취를 감추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은 그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새로운 무대로 선택했다고 합니다. 냉장 유통이 어려운 지역,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 그리고 따뜻한 음료를 즐기는 문화 속에서 프리마는 마치 이곳을 위해 만들어진 듯 적응해 갔습니다. 저 같은 수입업자들은 그저 제품을 소개했을 뿐이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언제나 진심이었고, 입소문을 타며 프리마는 이 땅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이름으로 우리의 삶을 데우다
프리마는 이제 러시아에서 단순한 커피 크리머가 아닙니다. 그것은 전쟁 속에서도, 혹한 속에서도 사람들의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는 힘입니다. 마트에서 프리마를 사는 사람들은 그것이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그 품질과 맛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사업을 하며 여러 나라의 제품을 접해왔지만, 프리마처럼 사람들의 삶 속 깊숙이 스며든 제품은 드물었습니다. 한국에서 잊힌 그 제품이, 이곳에서는 매일같이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에서는 프리마 없이는 요리도, 음료도 준비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며 항상 마음속으로 외칩니다. “이건 한국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정말 훌륭한 제품입니다.” 프리마의 성공은 단순한 수출의 결과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국 기업의 집념,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혁신의 결정체입니다. 저는 러시아에서 프리마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깊은 감사와 존경을 보냅니다. 프리마를 통해 우리는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