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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감동사연_황룡사 기적

by 감동수집 2025. 4. 16.

'황룡사 기적' 이미지
'황룡사 기적' 이미지

 

 

낯선 땅, 익숙해지는 마음

 

안녕하세요. 저는 안젤리카 콜린스입니다. 미국 출신의 고고학자이며, 동양 고대 건축 복원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 세계 유적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해왔으며, 특히 한국의 불교 건축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 관심의 끝에는 늘 ‘황룡사 구층목탑’이 있었습니다. 다만 책과 기록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 전설적인 건축물은 제게 늘 신비로움을 자아냈고, 마침내 직접 그 터를 밟고, 그 흔적을 조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경주의 공기는 이상하게도 마음을 편하게 했습니다. 한국어도 서툴고 문화도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땅의 역사와 호흡하며 점점 익숙해져 갔습니다. 황룡사의 터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그곳에는 뭔가 특별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고요한 땅속에 잠든 천년의 흔적은 제 마음을 사로잡았고, 저는 이 거대한 유산을 다시 세우는 일에 모든 열정을 바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누군가는 그것이 단순한 복원일 뿐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그것이 단순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이 위대한 나라, 신라의 정신과 혼을 다시 일으키는 일이었습니다.

 

황룡사 터에서 마주한 진짜 한국

 

발굴은 단순히 땅을 파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경주의 긴 겨울과 뜨거운 여름을 지나며 한국의 역사와 사람들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황룡사 터에서 처음 발견한 심초석의 흔적을 만졌을 때, 그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천년 전의 장인과 제가 손을 맞잡는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구층목탑에 관한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저는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백제 출신 장인이 신라의 탑을 세우며 조국을 잃게 될 것을 걱정해 미쳐버렸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탑이 완공된 후, 신라는 삼국을 통일했다는 사실. 이것이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실제 역사의 일면이라는 사실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또한 1960년대 도굴 사건과 복원 시도의 역사까지 알게 되면서, 저는 한국인들이 이 유산을 얼마나 아끼고 또 얼마나 많은 갈등 속에서 보존해 왔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역사와 신념의 싸움이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 속에서 단지 한 외국인 학자가 아닌, 황룡사의 후손이자 지킴이가 된 듯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이 나라는 나를 받아주었고, 나는 이 나라의 자랑을 세상에 다시 보여줄 사명을 안게 되었습니다.

 

다시 깨어나는 천년의 탑

 

복원은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언젠가 이 땅 위에 다시 서게 될 황룡사 구층목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신라의 자존심이자, 한국인들의 혼과 정신을 상징하는 탑이 될 것입니다.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외로운 외국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 심장 한가운데 ‘신라’라는 이름이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천년의 흔적을 품은 이 땅에서, 저는 사람들과 함께 그 시간을 복원하고 있습니다. 황룡사의 이야기는 단지 과거가 아닙니다.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며, 한국인의 뿌리와 정신을 말없이 전하고 있는 유산입니다. 언젠가 이곳을 방문하실 기회가 생긴다면, 꼭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시길 바랍니다. 역사란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 있고, 느껴지며, 미래로 이어져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위대한 유산의 복원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그것이 제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