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의 갑작스러운 출장, 충격과 혼란
저는 사라 브라운,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서 일하는 기자입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 중 하나로, 정치, 국제뉴스, 경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특히 백악관과 미국 정부의 이슈를 심층적으로 보도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저는 주로 유럽과 미국의 경제관계를 취재하는 유럽 전문 기자로, 런던에서 15년간 유럽 산업과 정책을 다뤄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편집장이 저를 불러 한국을 취재해 보라는 뜻밖의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당황했습니다. "한국이요? 저는 유럽 전문 기자입니다. 아시아는 너무 낯설어요. 다른 분을 보내시면 안 될까요?" 하지만 편집장은 단호했습니다. "사라, 당신의 시각으로 본 한국 취재가 필요해. 유럽과 미국, 한국의 삼각 구도를 분석할 수 있는 건 당신뿐이야." 저는 여전히 불만이었습니다. 런던의 우아한 애프터눈 티 문화, 브뤼셀의 고풍스러운 EU 본부를 떠나야 한다니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프랑스어와 독일어는 유창하지만, 한국어는 K-POP 정도밖에 몰랐습니다. 그러나 편집장은 다시 한번 설득했습니다. "한국의 조선소들이 미국과 유럽의 주문을 독식하고 있어. 유럽 조선업이 흔들리는 이유를 한국에서 찾아야 해." 저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한국행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조건을 걸었습니다. "첫째, 제 런던 아파트는 그대로 유지할 겁니다. 둘째, 최고급 통역을 붙여 주세요.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 덧붙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주세요." 편집장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제 진짜 특종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한국 조선업과 나의 편견이 무너지다
13시간의 비행 끝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저는 호텔로 가는 리무진 안에서 태블릿을 켜고 메모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조선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도태될 것이라는 기사들을 떠올리며, 과연 한국이 정말 세계 조선업계를 뒤흔들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송도의 반짝이는 야경을 보며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한국은 아직 개발도상국 수준이겠지." 그러나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면서 본 풍경들은 제 편견을 서서히 흔들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저는 울산으로 향했습니다.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통역을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예상과 달리 깔끔한 건물과 정돈된 작업 환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건 단순한 보여주기식 취재 아닐까?" 하지만 곧 제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조선소 내부는 최첨단 설비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작업자들의 안전모에는 첨단 모니터링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었고, 자동화된 용접 로봇과 5G 기반 스마트 관제 시스템이 조선소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본사는 한국 조선업이 쇠퇴하고 있다는 기사를 원했지만, 제가 목격한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저는 한국의 "정(情)" 문화를 처음 접했습니다. 조선소 노동자들은 서로를 "형님"이라 부르며 퇴근 후에도 함께 어울렸습니다. 유럽의 개인주의적 문화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또한, 회식 문화 역시 낯설었습니다. 처음에는 수직적인 분위기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현대중공업 노조 위원장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제 질문을 듣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유럽의 시각으로 우리를 재단하려 하시네요."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그는 덧붙였습니다. "우리는 같은 환경 문제를 겪고 있지만, 아시아 조선업만 환경 파괴자로 몰리는 건 이중잣대 아닙니까?" 그의 말에 저는 흔들렸습니다. 통역사의 눈빛도 흔들렸습니다. 제가 써야 할 기사는 점점 본사가 원하는 방향과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편견을 깨고 진실을 기록하다
저는 매일 밤 호텔에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본사가 원하는 것은 "한국 조선업의 쇠퇴"였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한국 조선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고,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혁신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결국 용기를 내어 편집장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편집장님, 저는 틀렸습니다. 한국 조선업은 몰락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유럽이 배워야 할 점이 많습니다." 심장이 떨렸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장은 뜻밖이었습니다. "그럼 더 깊이 파고 들어봐. 유럽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 조선업의 진짜 경쟁력, 이게 더 가치 있는 기사가 될 거야." 이 말을 듣고 저는 더욱 깊이 취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의 조선업 협력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군함 유지 보수 및 정비를 맡기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왜 트럼프가 한국 조선업을 주목했는지, 국제 정치에서 조선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더 깊이 파고들기로 했습니다. 한국 조선업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이 아닌, 기술력과 지속 가능성을 갖춘 산업이었습니다. 후발주자라는 프레임은 이미 의미가 없었습니다. 저는 본사에 요청해 한국 조선업을 심층 분석하는 연재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이제는 한국 조선업이 단순한 산업이 아닌 국제 정치의 핵심 카드가 되었다는 점을 더 깊이 취재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저는 기자로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는 것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진실이라는 점, 그리고 선입견을 내려놓아야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편견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성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