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한국을 사랑하게 되었는가
제 이름은 마르티나 윌리엄스입니다. 저는 영국에서 태어난 환경공학 박사이자 해양 플라스틱 연구 전문가입니다. 수년간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연구하였고, 특히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에 있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국의 한 학회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깊은 애정을 품게 되었습니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이 나라의 경이로운 경제 발전이었습니다. 불과 70년 전까지만 해도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땅이,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에 경외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플라스틱 배출 세계 1위라는 통계는 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왜 이렇게 위대한 나라가,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후퇴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고, 이곳에 남아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2021년부터 한국에 정착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와 그 국민에게 제가 받은 감동은 제 인생을 바꿔 놓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 제가 한국에서 겪은 기적 같은 이야기와, 우리가 함께 바꾸어갈 미래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한국은 기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책임을 질 차례이다
한국에 살며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어서”였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 비친 한국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라, 사람이 최고의 자원인 나라였습니다. 교육열, 성실함, 창의력, 그리고 빠른 적응력까지.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이 작은 반도 국가를 글로벌 기술 강국으로 만들었다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 강점들이 편리함에 대한 중독으로 연결되어 플라스틱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달 음식, 편의점, 즉석식품 등 현대화된 한국 사회는 생활 전반에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는 성립이 어려운 구조입니다. 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기업, 특히 자동차 제조사인 기아차와 협업하여 해양 플라스틱 재활용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저희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PGP)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자동차 부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가장 감동받은 것은, 한국인들이 변화에 매우 빠르게 반응하고, 자신들의 문제를 ‘내 일처럼’ 책임지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한국의 모습을 세계 무대에서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은 ‘기적을 이룬 나라’이지만, 이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나의 한국, 우리의 바다, 그리고 내일의 약속
제가 이 글을 쓰는 지금, 서울의 한 회의실에서 또 다른 해양 플라스틱 대책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하는 연구원들 중 절반은 한국 청년들입니다. 그들은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스스로의 소비가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죄책감을 느끼며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는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 다시 한번 이 나라에 머물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국은 위대한 나라입니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나 OECD에 가입하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모한 유일한 국가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지구 환경 문제에 있어서도 새로운 리더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 저는 그 여정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바다를 건너온 이방인이 아닌, 이제는 한국의 딸처럼 이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 한 사람으로서 말입니다. 지금 우리의 선택 하나하나가 먼 미래의 바다를,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생명을 결정짓게 됩니다. 저는 믿습니다. 한국은 다시 한번 전 세계가 배우고 따르는 ‘기적의 나라’가 될 수 있다고요. 이제는 우리가 만든 문제를, 우리가 먼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때입니다. 저는 그 시작을 한국에서 하고자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