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농업을 연구하다
제 이름은 엘레나 블룸(Elena Blum)입니다. 저는 독일 출신의 식량정책 전문가로, 현재 국제농업개발기구(IFAD)에서 아프리카 농업 자립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수년간 아프리카 여러 국가를 오가며 지속 가능한 농업 솔루션을 찾는 일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뜻밖에도 한 나라, 바로 대한민국의 이름을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한국의 농업 기술을 접하게 된 건 세네갈 현장에서였습니다. 바싹 마른 논에 심어진 벼가 놀랍게도 무성히 자라고 있었고, 현지 농부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이건 한국에서 온 씨앗이에요.” 사막 같은 땅에서 벼가 자란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 어려웠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벼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한국인의 열정과 과학, 그리고 진심 어린 연대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한국’이라는 나라에 매료되었고, 이 작은 벼 한 알이 어떻게 아프리카를 바꿔놓았는지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통일벼, 아프리카에 심다
세네갈은 서아프리카에서도 쌀 소비량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쌀 자급률은 50%에 불과해, 절반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해야 했습니다. 그마저도 가격이 부담스러워 많은 가구가 여전히 식량 부족을 겪고 있었죠. 저는 세네갈 정부의 요청으로 파견된 농진청의 ‘통일벼 프로젝트’를 지켜보며, 이 위기를 해결한 결정적인 열쇠가 바로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 농촌진흥청은 1970년대 쌀 자급을 실현시킨 통일벼를 아프리카 기후와 토양에 맞게 개량하여 ‘이스리’ 시리즈(이스리6, 이스리7)를 탄생시켰습니다. 자포니카의 찰기와 인디카의 수확량을 모두 갖춘 이 벼는, 무려 기존보다 3배 가까운 생산성을 보이며 세네갈 농부들의 삶을 바꿔놓았습니다. 2018년 500헥타르에 불과하던 이 품종의 재배 면적은 2021년엔 2만 헥타르로 급증했습니다. 단순히 기술이 아닌 현지에 맞춘 기술, 현지인을 위한 기술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확신했습니다. 한국이 단지 원조국이 아니라, 진정한 ‘농업 동반자’라는 것을요.
기술을 넘은 연대, 그 중심에 선 대한민국
지금도 저는 아프리카의 논밭 한가운데에서 한국의 이름을 듣습니다. 농민들은 한국에서 배운 기술로 자급을 꿈꾸고, 정부는 한국식 벼 품종을 국가 전략 작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한국은 벼를 준 것이 아니라, 미래를 심어 주었다고.” 1970년대 한국 역시 보릿고개를 겪으며 굶주림의 시절을 지나왔습니다. 나무껍질과 칡뿌리로 허기를 달래던 그 시절, 한 줌의 희망을 찾기 위해 과학자들이 피땀 흘려 개발한 것이 바로 통일벼였습니다. 그 기술이 이제는 수만 km 떨어진 아프리카 대륙에서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한국의 위대한 성장과 헌신의 증거였습니다. 저는 독일인이지만, 한국의 기술과 정신에 깊이 감동받은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아프리카 농부들이 한국의 씨앗으로 희망을 거두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희망의 시작에는 늘 대한민국이 함께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