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백제에 반한 고고학자입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엘리자베스 리처드슨입니다. 저는 미국 출신의 고고학자로, 현재는 세계문화유산연구소에서 고대 동아시아 도시 구조와 건축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수년 전, 한국에서의 짧은 학술 발표를 계기로 이 나라의 깊은 역사와 유산에 매료되어 지금은 서울에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흥미로 시작했던 한국사 연구였지만,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특히 백제에 대한 제 연구는 제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백제의 건축 기술과 도시 구조는 그 시대의 세계적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으며, 고대 한반도의 찬란한 문명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사용하고 있는 ‘서기’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연호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저는 ‘단군기원’이라는 한국만의 독자적 연호 체계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한국은 단순한 역사 이상의 가치를 지닌 문화적 깊이를 간직한 나라였습니다. 제 연구의 핵심이 되었던 곳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풍납토성’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고대 유적이 아니라, 백제 한성시대의 수도였던 하나 위례성으로 추정되는 매우 중요한 장소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이 풍납토성과 백제 문명을 통해 경험한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풍납토성에서 발견한 백제의 혼
제가 처음 풍납토성을 방문했을 때는 서울의 번화한 도심 속에서 고대 유적이 어떻게 남아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발을 디디는 순간, 저는 숨을 멈추었습니다. 2천 년 전 백제의 왕성이라 불리는 거대한 성벽,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기술력은 제가 상상하던 것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풍납토성은 기원전 18년, 백제의 시조 온조가 세운 첫 수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구려에서 내려온 온조가 형 비리와 함께 이곳에 자리잡고, 화려한 백제 문명의 서막을 열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도 이 지역에서는 수많은 백제 유물들이 출토되고 있으며, 특히 건물 기초 구조에서 발견된 나무 빔은 현대식 빌딩의 뼈대 구조와도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력은 백제가 단순한 고대 국가가 아니라, 고도의 토목과 건축 기술을 가진 문명 국가였다는 증거였습니다. 토층을 층층이 다져 올리는 ‘판축 공법’과 구조적 안정성을 위한 ‘부역 공법’은 일본 규슈나 오사카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발견되어, 백제 기술이 일본에까지 영향을 주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발견들은 단순히 과거를 밝히는 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한국인들이 자신의 역사와 문화에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당위성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백제는 그저 사라진 왕조가 아니라, 지금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위대한 문화의 상징이었습니다.
한국, 내가 사랑하게 된 이유
풍납토성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유적 탐방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시간의 벽을 넘어, 백제인의 숨결과 손길을 직접 느끼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속에서 인간의 노력과 창의성, 그리고 문명을 이루어낸 자긍심을 느꼈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이 역사를 대하는 태도와 이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저에게 큰 감동이었습니다. 한강을 통해 중국과 교류하며 동아시아 문화의 중심에 있었던 백제. 그 찬란한 문화의 흔적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자산입니다.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서, 우리는 고대 국가의 수도를 만나고,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기술과 정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한국을 제 제2의 고향이라고 부릅니다. 이 나라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그 역사를 오늘에 연결시켜 세계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백제의 유산은 오늘날에도 살아 있으며, 이는 곧 한국인의 정신과 문화적 DNA가 살아 숨 쉰다는 증거입니다. 세계의 많은 나라를 여행해 봤지만, 이처럼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며 자긍심을 지니고 살아가는 민족은 드물었습니다. 저 역시 그 자긍심에 감화되어, 이 땅의 역사를 연구하고 세계에 알리는 일을 제 소명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 당신의 역사는 세계에 더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